링크용 이미지2013.11.13 15:49

d

 

 

 

신고

'링크용 이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d  (0) 2013.11.13
Posted by 에아
분류없음2012.03.15 18:49


 " 아… 정말 짜증나는 녀석들… "
 남자는 투덜거리며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무성한 수풀들을 헤치며 걸었다. 온난기의 계류 안쪽은 밤이여도 열기와 습기, 그리고 수없이 달려드는 벌레와 짐승들의 공격에 속에서 뭔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게다가 남자의 차림은 이 상황에 상당히 적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체는 제법 여유가 있어 괜찮지만 상체는 거의 나체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더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지만 그만큼 벌레의 공격에 취약하고, 사실 얼마 없는 옷감 부분은 가죽으로 되어있기에 약간의 땀에도 심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 아… 짜증나, 짜증나… "
 연신 '짜증나'를 남발하는 남자는 무기라고 할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기껏해야 흔히 갈무리 용으로 쓰는 작은 소검을 허리 부근에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계절과 밤낮을 불문하고 계류, 그것도 마을 부근이 아닌 깊은 지역을 어슬렁 거리기엔 복장도 무장도 너무나도 빈약한 모습이었다.
 남자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 어? "
 있는 힘껏 휘두른 태도가 멋지게 허공을 갈랐다. 거리가 짧다거나 속도가 늦어서 회피할 수 있었다는 수준이 아니라, 태도를 쥔 사람의 힘이 모자라 무게에 끌려가면서 완전히 다른 곳을 향해 휘두른 것이다.
 날개와 얼굴 사이를 커다란 날붙이가 순식간에 지나간 것을 본 자화룡 리오레이아는 가차없이 남자의 몸을 향해 커다란 이빨을 들이대었다. 반격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수준 차이가 나는 공격이었다.
 자신의 옆구리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용의 이빨을 보면서 남자는 피하지 못했다. 피하려고 해도 태도를 휘두른 반동으로 넘어지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인 자세에선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 커헉!! "
 용의 이빨이 배와 등뼈를 사정없이 짓눌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즉사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이때는 남자의 장비가 미숙하지만 일단은 금속을 덕지덕지 발라놓은 듯한 형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움직일 수도 없었고, 물리는 순간 놀라서 무기조차 손에서 놓아버렸다.
 그런 그를 구하기 위해 한 헌터가 재빠르게 달려와 새까만 대검을 크게 내리쳤다.
 " 이 멍청아──!! "
 대검의 위력에 지면이 움푹 파이고 흙먼지가 잔뜩 피어오른다. 하위라고는 하나 대지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인 자화룡의 꼬리를 일격에 절단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높이 피어오른 흙먼지와 함께 절단된 자화룡의 꼬리가 잠시 하늘을 날다가 바닥에 떨어지고, 자화룡이 격통에 몸을 비틀며 잠시 공격을 멈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헌터는 뒷걸음질을 치는 자화룡의 발목을 향해 새까만 대검을 힘껏 휘둘렀다.
 덕분에 자화룡의 이빨에 하마터면 옆구리가 터진 만두와 같은 모습이 될 뻔했던 남자는 별 상처 없이 탈출할 수 있었지만 서투른 솜씨로 금속판을 덕지덕지 겹쳐놓았을 뿐인 갑옷은 협곡을 연상시킬 정도로 깊고 굵은 이빨 자국이 새겨져 더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 그딴 허접한 걸 입고 오니 그렇지, 이 머저리야! "
 화내며 호통을 치는 대검 헌터를 보며 바닥에 주저앉은 남자의 머리 위로 두개의 화살이 바람을 찢으며 날아가 자화룡의 날개와 등에 박혔다.

 " 죽어──!! "
 " 으아악─!! "
 몸통을 일격에 상체와 하체로 나뉘어놓을 기세로 새까만 대검이 잔상을 남기며 수평을 그었다.
 쓰러진 리오레이아의 몸체에 갈무리용 소검을 찔러넣곤 소재를 확보하던 남자는 갓 채취해 약간 온기가 남아있는 검정 섞인 녹색의 가죽과 비늘을 방패삼아 대검을 막아보려 했지만 용의 꼬리를 일격에 절단하는 참격을 막기엔 방어구도, 본인의 실력도 너무나 부실했다.
 매일 하늘을 나는 비룡종은 이런 기분이구나, 라며 정신줄을 놓는 것도 잠시, 마치 쓰레기처럼 바닥에 처박히는 남자를 보며 활을 든 헌터가 갈무리를 끝내며 투구를 벗었다.
 " 질렸다. 정식 헌터가 된 지 4년이 넘었는데 단독 수렵은 커녕 하위 3인 팀에서도 발만 잡는 녀석은 네가 처음일거다. "
 짧게 다듬어 정리한 머리. 연륜이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로 아저씨도 아니지만 마냥 젊은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었다.
등에 맨 활도, 전신을 무장한 장비도 아주 질 좋은 소재로 만들어진 상위의 것이었다.
 " 크… "
 쓰레기처럼 바닥을 나뒹군 남자는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는 볼성사나운 모습으로 멈추었다.
 그런 남자를 보고는 새하얀 중장비에 대검을 든 헌터가 방어구와는 다르게 검은색인 대검을 바닥에 수직으로 찔러 세우곤 씩씩대며 투구를 거칠게 벗어 내동댕이쳤다.
 " 야─이─자식아──!! "
 땀 때문에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떼어내며 성큼성큼 다가오는 헌터는 여자였다. 갑옷이 워낙 두껍고 커다란 탓에 구분하기 어렵긴 해도 체격도 남자에 비하면 작은 편이었다. 자신의 키보다 큰 대검을 휙 휙 휘두른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귀여운 외모이기도 했다.
 " 너는 대체 얼마나 약해빠진거냐─!! 상위 헌터 2명이 도와주는데 하위 자화룡에서 혼자서 2수레가 말이 돼? 웃기지마──!! "
 " 시끄러! 나도 타고 싶어서 탄게 아니라고!! "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은 알고있다. 알고있지만 답답한 마음에 되려 화를 내버리고, 시작된 말싸움에 결국 객기를 부려 혼자 돌아가지 않고 계류의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와버렸다. 가슴에 응어리진 답답함조차 자신이 약하기 때문에 생겼다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무기도, 방어구도 없다. 아무리 숙련된 헌터라고 해도 이런 모습으론 도스 쟈기나 도스 팡고같은 대형 몬스터 중에서는 최하위로 쳐주는 몬스터조차 상대할 수 없다. 하물며 보통 헌터보다 전투력이 떨어진 남자는…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 하아… "
 자신이 하고있는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한 짓이라는 것은 알고있지만 여기서 마음을 돌리면 자신의 헌터로서의 길은 여기서 끝이라고, 남자는 스스로를 부추겼다. 그리곤 없는 것보단 낫겠지…하며 제법 곧고 튼튼한 나무막대 하나를 주워들고는 갈무리용 소검으로 깎아 적당히 비슷한 길이로 만들었다. 겉만 보면 얼핏 쌍검같아 보이지만 금속과 나무의 무게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소검과 목검을 좌우로 바꿔들기를 몇번, 오른손에 소검을 드는 편이 괜찮겠다 싶었는지 몇번 휘둘러보곤 등에 매었다. 무게차이는 적당히 무시한 듯 싶었다.
 만약 실력있는 헌터가 그의 행동을 본다면 크게 놀라며 말릴 것이다.
 갈무리용 소검은 본래 목적이 공격이 아닌 채취인 만큼 무기로 사용하기엔 아주 부적합하지만 무리해서 쓴다면 전혀 쓰지 못할 것은 아니다. 활을 사용하는 헌터는 화살을 근접무기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어디까지나 공격이라기보단 견제의 역할이지만.
 하지만 나무로 만든 목검은 아주 절대적인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건 본래의 용도가 어쩌고 저쩌고, 무리해서 사용하고 자시고를 논하기 이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검으로서 사용하기에 예리도가 부족하다. 그 이전에 무기로서 가장 중요한 내구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공격력과 직결되는 중량이 부족하다. 소형 조룡종조차 제대로 상대할 수 없는 아주 형편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소모형 부메랑을 쥐고 휘두르는 것이 더욱 믿음직할 것이었다.
 물론 헌터들이 사용하는 무기중에는 나무가 많이 사용되고, 완전히 나무만으로도 만들어진 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보다 질좋은 목재를 충분히 가공하고 나서야 비로소 무기가 되는 것이다.
 " 이거면 의외로 괜찮을지도… "
 지식이 부족하다못해 무식하기까지 한 남자는 뭐가 그리 믿음직한지 어느새 콧노래까지 부르며 수풀을 해치고 나아갔다.


 잘그락…갈무리용의 소검은 이미 검의 형상을 하지 유지하지 못한채 여러개의 파편이 되어있었다. 고작 불팡고를 두마리 상대했을 뿐이다. 대형 몬스터도 아니고, 흔하게 볼 수 있는 불팡고였다. 보통 헌터들에게 있어선 우스울 정도로 나약한 존재다.

신고
Posted by 에아
소설/단편2011.08.25 10:41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세상에는 마왕이라는 것이 나타났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는 악마들의 왕. 마왕. 새까만 머리카락과 창백한 피부의 악마는 갑자기 나타나 세계의 북쪽, 세상에서 가장 높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추위를 겪을 수 있는 산에 성을 짓고 악마를 부려 인간들을 공격했다. 약탈하고 지배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그런 마왕을 쓰러뜨려 줄 전사를 찾았다. 아름다운 금발을 흩날리는, 푸른 눈을 가진 한 명의 가녀린 여성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외모만을 보고 그녀가 정말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지만 곧 그녀의 실력을 보곤 인정하였다.

 사람들은 곧 그녀를 ‘용사’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 칭호를 얻은 그녀는 성스러운 검을 뽑아들고 강을 헤엄치고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서며 고블린과 오크로 시작해서 하늘을 비상하는 용까지, 수없이 많은 적들을 베고 마왕의 성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그 후로 그녀의 소식을 알게 된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 마왕이 모든 악마들을 되돌림으로서 그녀가 마왕을 쓰러뜨렸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 후로도 몇 명의 모험가가 나타나 마왕의 성에 잠들어있을 보물들을 노리고 모험을 떠났지만 성에 다다른 후, 그들의 소식은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년…최초로 용사라 불린 그녀는 멀쩡하게 살아있었고, 오히려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마왕의 아내로서.


 “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너란다 아가야♡ ”

라며, 사랑이 가득 찬 얼굴과 목소리로 말하는 여성이 있었다. 살짝 은빛이 섞여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금발, 타오르는 불꽃의 색과, 깊은 바다와 같은 색이 동시에 존재하는 눈을 가진 여성은 등받이가 천장까지 솟아있는 화려한 의자에 앉아서 해맑게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옆에는 새까만 머리를 굵게 땋아 앞으로 내놓은, 예전과는 다르게 제법 생기가 도는 피부색의 남성이 있었다. 2m에 가까운 신장에 비해서 체격은 조금 빈약해보이기도 하지만 그 몸에서 발산되는 힘은 공기마저 무겁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 그는 옆에 앉은 여성이 말하는 것은 것을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앞에는 한 명의 소녀가 서있었다. 기묘하게도 검은색과 은색, 금색까지 섞인 머리카락을 기르는 대로 방치한 것 같은 헤어스타일. 왼 쪽에는 불꽃을, 오른 쪽에는 깊은 바다를 머금은 눈을 가진 소녀였다.

 소녀는 눈앞의 여성…그녀의 말대로라면 전직 용사이고 원래대로라면 바로 옆에 앉아있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하? ”

 아주 긴 침묵, 그리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온 것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미를 품은 짧은 목소리였다. 그러자 계속 눈을 감은 채 여성의 말을 듣고만 있었던 남성이 눈을 떠 소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 사실이다. 나의 딸이여. ”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과 목소리로 충격을 먹은 소녀의 심장에 두 번째 일격을 가했다. 하지만 첫 번째 일격에 이미 정신적 데미지를 최대치까지 받은 소녀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또는 들었으면서도 데미지가 없었는지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귀족의 딸이라고 생각했던,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었던 제가…아버지는 마왕에, 어머니는 용사셨다? ”

 “ 그래. ”

 “ 뭐 이래!! ”

라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당황과 혼란을 이겨내지 못하고 분노로서 표출했다. 소녀 자신은 느끼지 못했지만 이 순간, 마왕과 용사의 피를 이었다는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수준급의 힘이 폭발하는 것처럼 사방으로 분출되었다.

 “ 어머, 아버지한테 대들다니, 그러면 못써♡ ”

 그녀가 생글생글 웃으며 가볍게 팔을 휘두르자 소녀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소녀 뿐 만이 아니라 주변의 공기까지 바닥으로 처박혀 방바닥에 큰 균열을 내었다. 그 현상이 일어난 범위 주변에서 반짝이고 있는 푸른빛들이 그것이 마법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 가중력 마법[Gravity Zone]……잠깐, 아파요! 아프다구요!! ”

 통상의 세 배 가까이 되는 중력이 소녀의 몸을 이용해서 소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본래 공격 목적인 마법이 아니지만 강도와 대상에 따라서 충분한 위력을 낼 수 있는 마법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여성은 마법을 사용했을 때와는 반대 방향으로 팔을 휘둘러 마법을 거두었다.

 “ …크으…망할 아줌… ”

 그 순간, 다시 팔을 휘두르려고 하는 그녀의 움직임을 포착한 소녀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조용해졌다. 여성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 어머니는 말이지, 용사라고 불리는 사람이었지만 원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단다. 검술이라고 할 만한 것을 배운 적도 없었고 어디까지나 평범한 여자였어…용사라는 것을 깨달게 되는 순간 세상이 바뀌는 거 있지…생전 쥐어본 적도 없는 검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적을 마주한 순간 나를 제외한 모든 세상이 굉장히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져…날아오는 화살도 마치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것처럼 천천히 다가오지. 마치 나만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그렇기 때문에 계속할 수 없었단다. 아무리 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어도 정신은 그렇지 못했거든…이질감을 참을 수 없었어. 그게 절정에 이른 순간이었지…네 아버지를 만난 것이 ”

 거기서부턴 내가 얘기하지, 라며 남성이 일어났다. 여성은 그에게 맡길 생각인지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 처음에는 당황했다. 용사가 계속해서 병사들을 쓰러뜨리고 성으로 쳐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 용사가 여자라곤 생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여자라곤 해도 나를 죽이기 위해서 왔으니 봐줄 순 없었지. 사흘 밤낮을 싸웠다. 지금 이 성의 5배는 될 크기의 영토가 사라졌다. 사악한 것이 신조라고 해도 틀리지 않은 마왕이었던 나도 비겁한 수를 쓰고 싶지 않을 정도로 팽팽한 혈투였지. 양쪽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았다면 서로 휴식을 취하며 싸웠다. 인간들의 기사도란 것에 몸을 맡기고 싸웠다. 그리고 다섯 번째 해가 뜨는 날 새벽, 여태까지와 똑같이 검을 마주친 순간 나는 네 어머니의 눈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지. ”

 “ 더 이상 싫어. ”

 “ 싸우고 싶지 않아. ”

 “ 마왕이니 용사니… ”

 “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 ”

 두 사람이 마치 한명처럼 말했다. 한명이 시작한 말을 다른 한명이 이어서…

 “ 온갖 생각이 가득 찬 네 어머니의 눈을 본 나는 천 합이 넘는 싸움에서 칼을 놓고 네 어머니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주었다. 가슴 한 가운데 깊숙이 칼날이 파고들었다. 악마를 멸하는 힘을 가진 성검이 몸속으로 파고들었으니 마치 심장에 불이 붙은 느낌이었지. 그리고 난 그대로 네 어머니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수어지는 것은 내가 아니라 네 어머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랬더니 자신이 누구의 품에 안겨있는지도 모르는지 울기 시작했다. 격통에 신음하고 있던 나조차 눈물이 맺히려고 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서럽게 말이다…그래서… ”

 소녀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화를 내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이야기에 빠져들어 있었다. 간식을 주기 직전의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눈을 반짝이면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안았다. ”

 처음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처럼 소녀의 얼굴이 굳었다. 분명히 이해했지만 자신이 잘못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싶어서, 다른 해답을 원하며 다시 한 번 대답을 원했다.

 “ 안았다…품었다고도 하지. ”

 “ 그딴 걸 지금 15살짜리 딸에게 말해주는 의도가 뭐냐, 이 아저씨⎯⎯!! ”

 소녀가 방 여기저기에 장식되어있는 갑옷의 머리 부분을 낚아채 남성…자신의 아버지에게 던졌다. 허나 이번에는 소녀의 몸을 중력의 중심이 되어 소녀가 던진 갑옷의 머리는 물론, 주변에 있었던 갑옷까지 소녀에게 달려들도록 만들었다.

 “ 꺄아아아아! 아파, 아파요!! 잘못했어요!! ”

 사방이 각이 져있는 갑옷들이 일제히 소녀의 몸을 압박하자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아픈지 소녀가 먼저 항복을 선언했다.

 남성은 도로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 네가 화내는 것도 이해한다. 내가 생각이 짧았구나, 하지만 내가 네 어머니를 안았기 때문에 네가 태어난 것이다. ”

 “ 그래도… ”

 마법의 위력은 낮춰주었지만 여전히 갑옷이 몸에 찰싹 붙어있는 소녀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곧 마법이 완전히 사라지자 소녀의 몸에 붙어있던 갑옷들이 큰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소녀는 왠지 기운이 없어보였다. 소녀의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런 소녀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럴 것을 예상하고 말해준 것이니까 굳이 그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드러누운 소녀는 이불을 잡아 빙글빙글 돌아 자신의 몸을 둘둘 감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이 소녀의 심장을 꽉 움켜쥐고 있는 듯 한 느낌이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그것이 부모님의 얘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과 그다지 좋은 감정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불과 햇살의 포근함에 몸을 맡기고 이대로 잠이나 자버릴까…라고 생각하고 있는 소녀에게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방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방문자라면…몇 명 생각나는 사람은 없다.

 “ 레이아 아가씨~레이미에요, 들어가겠습니다~ ”

 성의 사용인 중 한명이자…자신의 친구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레이아는 대답을 하지 않음으로서 들어오라는 허가를 내렸다. 곧 문이 열리고 간식과 차를 올린 카트를 밀면서 레이미가 들어왔다. 살짝 튀어나온 옆머리가 어딘가 모르게 사슴 벌레를 연상시키는 여성이었다.

 “ 식사 전인데…아스트님께서 오늘은 아가씨가 좋아하는 간식을 갖다 드리라면서……무슨 일 있으셨나요? ”

 레이미는 침대에 걸터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불로 둘둘 말린 레이아를 바라보았다. 홀로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헝클어진 긴 머리카락을 잡아 빗으로 손질해주면서. 레이아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불을 확 걷어내고 일어나 머리카락에 빗이 꽂힌 채 레이미를 보며 말했다.

 “ 레이미는 알고 있었어? ”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기에 레이미도 그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단번에 알았으리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레이미는 애써 시치미를 떼고 웃으며 말했다.

 “ 무엇을…말이신가요? ”

 “ 아버지가 마왕이고, 어머니가 용사였다는 것. ”

 “ 아… ”

레이미는 그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단지 살짝 시선을 돌림으로서 대답을 대신하였다.

 “ …그렇구나, 그럼…다른 사람들은? ”

이번에도 대답은 하지 않았다. 시선을 돌린 것에 이어서 고개를 푹 숙였다.

 “ …나만, 이구나…? ”

레이아의 표정이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되었다. 레이미는 그녀의 손을 감싸 쥐며 말했다.

 “ 그건, 결코 주인님이 아가씨를 싫어한다던지…!! ”

 거기까지였다. 레이미가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굉장한 충격이 방 안을 휩쓸었다. 가구들이 모두 부서진 것에 멈추지 않고 건물의 벽까지 마치 점토처럼 뭉개졌다. 그 모든 것이 레이아가 레이미의 손을 뿌리치면서 일어났다. 사용법을 몰랐기에 15년 동안 단지 축적되고 있었을 뿐인 레이아의 힘이 새어나온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사람만큼이나 커다란 물 항아리를 살짝 흔들어 아주 조금의 물이 넘친 것이다. 그 정도의 힘으로 건물의 일부가 폭발하였다.

 “ 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당혹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아무 생각도 없이 한 자신의 행동 때문에. 그런 생각이 안 그래도 복잡해져있는 아스트의 머릿속을 완전히 휘저어 놓았다.

 “ 아아아아아아아아!! ”

 아스트가 창문을 열자마자 또 한 번 폭발이 일어나고 침대를 포함한 그 주변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열린 창문으로 훌쩍 뛰쳐나간 소녀는 계속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현실에서 도망쳤다. 눈보라가 불지 않아도 피부를 얼려버리는 혹한의 대지로.


 각성한 다리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얼마나 달렸을까, 성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은 한참 전이었지만 아스트는 그런 것도 모른 채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고 나서야 발을 멈췄다. 그제야 뒤를 돌아보게 된 소녀는 자신이 달려온 길을 보면서 또 한 번 당황했다.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었던 자리가 이어져서 마치 땅이 갈라진 것처럼 되어있었다. 밑을 내려다보니 자신이 저택 안에서 신는 실내화는 진즉에 갈기갈기 찢어져 사라지고 없고, 맨발에 진흙이 잔뜩 묻어있을 뿐이었다. 옷도 마찬가지로 실내에서나 입은 가벼운 차림이었다.

 그런데도 발이 아프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바람이 차갑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사방이 새하얀 설원에서 그저 서있을 뿐이었다.

 한번 새기 시작한 힘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기에 산길을 맨발로 질주해도, 설원에 얇은 옷으로 있어도 괜찮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아무리 방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도 계속해서 힘이 빠져나가면 언젠가는 바닥이 드러나게 된다.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힘을 있는 대로 뿜어낸 아스트에겐 남은 힘조차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그녀가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바로 몇 십분 전까지만 해도 힘이라는 것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그녀가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추워… ”

 그것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었다. 벌써 추위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느껴야 할 기온에 비하면 한없이 온화한 온도였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힘을 쏟아내고 있으면 곧 얼음조각상이 되고 말 것이다. 선천적으로 인간과는 전혀 다른 내성을 가진 악마인 아버지와, 용사의 힘으로 이 정도의 시련은 가볍게 버틸 수 있는 어머니와는 다르게 그녀의 몸은 한없이 평범한 인간에 가까웠다. 단지 물려받은 힘만이 있을 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여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면 평범한 인간…온실 속의 화초처럼 곱게 자란 이상 평범한 인간 이하의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뽀득 뽀득 소리를 내며 두껍게 쌓인 눈밭을 걷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뱀의 혀처럼 온몸을 휘감아오는 추위는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엄연히 말하자면 추위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피부를 감싸고 있는 힘의 벽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는지 발밑만 바라보며 걸었다. 그러자 푹, 하고 머리가 무언가에 깊게 박혔다. 무척이나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털 같은 것이었다.

 ‘털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털’이었다. 약간의 하늘색을 담은…창백하게 빛나는 칼날과도 같은 색의 털이었다. 그리고 그 털은 소녀의 몸의 5배는 될 법한 부피를 자랑하고 있었다.

 “ 그르르르…… ”

 그 털 뭉치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 소리는 주변의 나무조차 떨리게 할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곧 털 뭉치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어섰다. 소녀의 5배는 될 법한 그 몸은 자기 위해서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 아……미안…합…니다… ”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여 뒷걸음질을 친다. 몸을 일으키자 5배는 커녕 거기서 3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곰이 부르짖었다.

 소리로 인식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어마어마한 충격파처럼 느껴졌다. 나무가 떨리는 수준이 아니라 폭풍이라도 맞은 것처럼 춤추고 있었다. 소녀의 몸도 가볍게 떠올라 몇 미터를 날아갔다.

 “ 아…아아…살려줘… ”

 터무니없을 정도로 위압적인 흰 곰은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그 거대한 발이 움직일 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덩치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그림자가 소녀를 덮었다.

 “ 그르르르르르… ”

 거대한 곰의 거대한 입이 소녀를 한입에 삼켜버릴 기세로 벌어졌다. 겁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스트는 마지막 저항으로 크게 소리쳤다.

 “ 살려줘요───!! ”

 곰은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소녀가 무슨 소리를 하던 곰은 신경도 쓰지 않고 거대한 입을 오므렸다.

 까드드드득, 하며 소녀의 팔뚝보다 두꺼운 이빨들이 마치 바위라도 씹은 것처럼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멈추었다. 하지만 그 입 안에 들어있는 것은 소녀도 바위도 아니었다. 그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사슴 벌레를 연상시키는 한 명의 여성이었다.

 “ 레…이미…? ”

 정말 전력으로 달려왔는지 거센 숨을 몰아쉬고 있는 레이미는 다리로 곰의 아래턱을, 손과 머리에서 돋아난 뿔로 곰의 위턱을 눌러 입을 벌리고 있었다. 레이아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레이미의 등을 보았다.

 “ 괜찮으신가요 아가씨?! ”

 사용인용 구두는 레이아와 마찬가지로 뛰어오면서 엉망진창이 되어있었고 메이드복은 나뭇가지에 걸려 찢어졌는지 너덜너덜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그녀의 머리에서 돋아나 곰의 이빨과 부딪힌 뿔과 발과 손을 뒤덮은 갈색의 각질과도 같은 것이었다.

 “ 레이미…그거… ”

 “ 이야기는 나중에, 지금은…!! ”

 그 순간, 우드득 소리가 나며 곰의 턱이 다시 움직여 위와 아래의 간격을 좁히기 시작했다. 잠깐의 상황을 이해하였는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하였음에도 움직이는지는 모르지만 곰이 다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 레이미! 도망쳐…! ”

 레이아는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알면서도 레이미에게 도망치라고 했다. 고용주의 명령, 하지만 레이미는 그 명령을 거부하고 말했다.

 “ 괜찮습니다!! 사슴벌레는……생각보다……!! ”

 우드드드드득…. 다시 턱과 턱 사이의 간격이 벌어진다. 가장 처음 막아내었을 때보다 훨씬 넓게, 다시 힘을 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벌려낸다. 그 틈을 타서 레이미는 곰의 입에서 빠져나왔다.

 “ …힘이, 세거든요. ”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녀의 손과 발을 뒤덮은 각질과 머리의 뿔에 생각보다 큰 균열이 가있었다는 것을 본인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생각했다.

 “ 일단 막은 건 좋은데…다음은 어떻게 하죠… ”

 곰의 입을 막은 것은 기습적이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다시 시도한다고 해도 각질과 뿔이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그렇기에 레이미는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곰은 레이미의 반격에 자극을 받았는지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달려왔다.

 “ 동물 주제에 그러면 안 되지…♡ ”

 아스트에게 가장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본적으로 자신과 닮은 목소리기에 이성보다 본능이 먼저 이해한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향해 뒤를 바라보기도 전에 눈앞이 폭발하는 것처럼 밝게 빛났다.

 지면을 뒤덮은 눈이, 나무가, 바위가, 그리고 터무니없을 정도로 거대한 곰이 하늘로 솟구친다. 수없이 많은 푸른빛들에게 감싸이며.

 “ 역중력…마법[Anti Gravity Zone]… "

 자신의 신장보다 5배는 높이 떠오른 곰이 주변을 감싸는 빛이 사라지자마자 엄청난 기세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면의 눈과 자신의 털이 쿠션이 되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굉장한 충격을 입었음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은 여전히 싸울 생각을 거두지 않은 듯, 엉거주춤 일어서서 세 사람을 노려보았다.

 “ 꺼져라. ”

 쿵.

 공기가 내려앉았다. 떨린다거나 무거워진다는 수준이 아니라 공기 자체가 수십, 수백 배의 중력을 지닌 것처럼 바닥으로 처박혔다. 힘을 쓴 것이 아니다. 살기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잔뜩 머금은 살기다. 자신의 딸을 위협한 아둔한 존재를 당장이라도 죽여 없애버릴 것 같은 한없이 무거운 공포의 무게가 곰의 전신을 짓눌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은 도망치지 않았다. 힘의 차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압도적인데도 도망치지 않는 이유는 무지함. 다른 생명의 간섭이 없는 깊은 설산에서 최강자로 군림해오던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도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강한 적의를 드러낸다.

 현직 마왕이자…한 아이의 아버지인 남성은 그런 무지함을 싫어하지 않는다. 굴하지 않고 싸우려고 한다면 자신에게는 좋은 일이다. 전적으로 그는 싸운다는 행위를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의 딸에게 행한 행위를 그는 용서하지 않는다.

 “ 너의 행동에 대한 처벌은… ”

 걷는 소리도 들리지 않도록 남성은 움직여 곰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손등으로 가볍게 나뭇가지 사이에 낀 거미줄을 걷어내는 것처럼 곰의 배를 쳤다. 접근한 것도, 팔을 사용하는 것도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그 가벼운 움직임에 곰의 몸이 붕 떠올랐다. 역중력 마법에 당했을 때처럼 가벼운 느낌으로, 하지만 아주 멀리…이어서 남성…마왕의 손에 새까만 빛이 모여 한 자루의 창의 형상이 되었다.

 “ 사형이다. ”

 그 손에 쥔 창을 하늘을 날고 있는 곰을 향해 던졌다. 폭발하는 듯 한 굉음과 충격파를 동반한, 검은 빛을 사방으로 흩날리면서 나아가는 투창이 한번 상승한 후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 곰에게 명중했다.

 접촉한 순간 그 뒤를 향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검은 화염이 설산의 눈과 나무를 불태우고…그 이전에 산이라는 것 자체가 반 이상이 사라져버린 위력. 그런 위력에 직격한 표적이 어떻게 되었는가에 대해선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상황이었다.


 그 후, 아스트는 현직 마왕인 자신의 아버지의의 등에 업혀 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섰다. 혼란스러운 탓에 힘이 폭주했기 때문이라고는 하나 건물을 부수고 홀로 뛰쳐나온 것에 대해선 마왕인 아버지도, 용사인 어머니도, 그리고 인간이 아니었던 자신의 친구도 그녀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설원을 걸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그 누구도 아니고, 아스트 본인이었다.

 “ …모두, 절 싫어하시는 건가요? ”

아버지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자신에게만 숨긴 것이 지금 그녀에겐 가장 쇼크였던 것이다.

 “ 그럴 리가 없잖아요! 단지…… ”

 “ 단지… ”

그녀의 어머니가 레이미의 말을 가로채어 대답했다.

 “ 단지…네가 자기 자신을 이상하게 볼까봐 그랬단다…… ”

 “ …나도 네 어머니도 원래대로라면 이미 사라졌어야 할 몸이니까, 인간들도 그렇게 알고 있고…만약 네가 나중에 바깥으로 나가게 된다면 혼란스러울 테니까… ”

겁쟁이지, 라고 두 사람이 입을 맞추어 말했다.

 “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주렴 ”

한참을 더 걸어가다가 어머니가 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 너는 틀림없이 우리들의…마왕과 용사의 딸이란다. ”

왈칵, 눈물이 났다. 어째서 눈물이 났는지는 자신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등에 더욱 얼굴을 파묻고 소리죽여 울었다.


 건물을 부순 것과 레이미를 상처 입힌 것, 그리고 잠시 동안의 가출에 대해선 성으로 돌아가서 제법 혼났다.






 ──────────
그냥 떠올라서 되는대로 쓰긴 썼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쓴 것 같다.
물론 읽는게 재밌다고 느끼는건 읽는사람에게 달려있지만 쓰는사람 입장으론 제법…재밌었다. 음
어쩌면 시리즈로 바뀔지도 모른다.
 + 레이미는 곤충마족. 겉보기에는 인간과 별 다를 것 없지만 어떤 곤충이냐에 따라서 조금 특징이 나뉘기도 한다. 레이미의 경우는 머리의 '더듬이'가 사슴벌레의 뿔을 닮음.
태생을 하며 갓난아기는 인간과 다를 것 없으나 7세~15세 즈음에서 한차례 곤충화가 진행되고 그 후엔 자유자재로 전개할 수 있다. 수명은 인간이랑 비슷한 편이나 모티브가 된 곤충에 따라 조금씩 변동도 있다. 사슴벌레인 레이미는 힘도 세고 수명도 제법 긴 편.
 곤충마족 최강은 거미와 여왕벌이다.

신고

'소설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왕과 용사와 그 딸  (0) 2011.08.25
Posted by 에아